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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2020

​설치, 사과, 석고, 아크릴펜

  이상의 시 ‘최후’를 통해 언어적 번역과 주조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이다.

 

  무언가의 형태를 복제하는 주조를 할 때, 몰드에 재료를 부어서 굳히면 새로운 재료로 된 원하는 형태가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언어적 번역을 바라본다. 원하는 글로 몰드를 만든 다음 다른 언어를 넣어서 굳히면 무엇이 나타날까?

 

  기술복제가 우리에게 시공간을 초월하여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주었듯 번역이라는 이름의 텍스트 재생산 방식은 우리에게 문화적 요소들과 언어 능력의 한계를 초월하여 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런 언어적 번역에는 사람이 하는 번역도 있고, 기계 번역도 있지만, 그것들이 항상 원문의 의도를 잘 전달하지는 않는다. 번역이 때로 오류를 일으키거나 글의 본질을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듯이 복제된 사과들은 변형되고 깨져 있다. 마치 나무에서 떨어진 것처럼. 

 

  “사과한알이떨어졌다. 지구는부서질정도로아팠다. 최후. 이미여하한정신도발아하지아니한다.”

 

  선악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 마그리트의 사과, 파리스의 사과, 스티브 잡스와 앨런 튜링의 사과와 같이, 인류의 역사에서 사과는 종말과 함께 오는 새로운 시작, 그리고 앎의 상징이다. 사과 한 알의 추락과 함께 번역이 일어나서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 2024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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