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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SASSER, 2020

​카드놀이

  마르셀 뒤샹의 흑백 무성 영화 ‘Anemic cinemA(빈혈증의 영화)’에 나온 문장들로 하는 카드놀이다. 놀이의 이름 ‘Ressasser’는 영화의 제목과 같이 대표적인 프랑스어 회문 단어(앞, 뒤 어느 쪽으로 읽어도 같은 단어)로, ‘되새기다’라는 뜻이다. 이 카드놀이를 하면서 영화를 여러 언어로, 여러모로 되새겨볼 수 있다. 영화에는 프랑스어로 된 말장난 문구가 화면에 그대로 등장한다. 이 문장들을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세계에서 사용 인구가 가장 많은 언어 다섯 가지인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힌디어, 아랍어로 번역했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각 여섯 개 언어의 구사자 한 명씩, 총 여섯 명이 모두 모여야만 한다. 이중 또는 삼중언어 구사자는 마음에 드는 언어를 선택해서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가진 단어 카드들 중 주어진 문장의 빈칸에 알맞은 단어를 골라 제시한다. 알맞은 카드를 제시한 참가자는 1점을 얻는 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프랑스어로 된 말장난을 구글 번역기로 번역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프랑스어 구사자가 1등으로 이길 것이고, 그 다음 승자는 영어나 스페인어 구사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게임 진행을 위해서는 여섯 개 언어 사용자들을 모집해야 하고 결국은 별 쓸모 없는 게임이 됨으로써 과도한 언어적 독점의 무가치성, 그리고 말장난의 번역 불가능성을 보여준다. 언어를 통한 문화·예술의 독점, 그리고 자동 번역의 한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이다.

 © 2024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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