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말이 있지 않은가
3인전, 2021.02.25-2021.03.18, TRAART
우정원 큐레이터
텍스트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규정되는 것들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문한다. 정보와 매체과잉 시대에서 텍스트는 직접적이고 대표적인 소통 방식이다. 우리는 무분별하고 끊임없이 생산되는 텍스트로 인하여 오히려 과열된 소통으로 인한 수많은 오해를 경험하게된다. 작가들은 각자 텍스트를 통해 규정되어진 대상이 자율성을 획득할 수 있는지, 보이지 않는 실체가 실제인지 혹은 통제와 개입 속에서 발생하는 오해 들에 대하여 질문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규정하지 않을 것인지, 아니면 그저 바라만 볼 것인지 고민한다.
김지연은 텍스트를 매체로 이용하여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통제와 개입을 언어적, 물리적, 그리고 정치·경제적인 차원에서 밝혀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텍스트와 이미지가 서로에게 개입하는 현상에 대하여 텍스트와 이미지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질문하며 이는 예술 자체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작품 <텍스트의 개입>에서 작가는 전시장에 가면 이미지를 설명하는 글인 작품 캡션(설명·지표)을 크게 만들어 텍스트가 먼저인지, 이미지가 먼저인지, 혹은 텍스트가 이미지를 대체 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또 다른 작업인 <상호언어적 글>과 <인공 사후 경직>, 그리고 <최후>에서 작가는 텍스트를 하나의 생산물로 보고 번역을 재생산하는 활동으로 간주한다. 김지연은 언어를 담아 보여주는 수단으로서의 ‘인쇄’라는 생산 매체를 활용하여 그것이 언어와 텍스트를 어떻게 가두는지 혹은 해방시키는지 연구한다. 또한, 작가는 번역행위를 통해 오역과 오해를 고의로 만들어내는 실험 등을 통하여 텍스트와 그 의미가 어떻게 변하고, 파괴되는지 알아보는 과정을 통하여 내면에 숨겨져 있던 통제를 드러낸다. 작가의 작품을 통하여 다양한 방식의 의사소통 속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오역들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